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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15 06:51
구석구석 절결일세, 울렁울렁 가슴뛰네 <2015년 6월 12일 중앙일보 기사>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02  
남양항 뒤편 남서일몰전망대에 오르면 울릉도에서 가장 투명한 물빛을 감상할 수 있다.

  울릉도는 천혜의 여행지다.
우리나라의 여느 섬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이 섬에서는 흔하다.
울릉도 바다는 색깔부터 다르다.
파란색도 아니고 연두색도 아닌, 그냥 바다색이다.
산에 들어가면 사람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숲이 펼쳐지고,
가파른 산비탈에 일군 명이나물(산마늘) 밭을 보면 눈물이 글썽인다.
여기에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까지 더하면, 울릉도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울렁울렁 뛰는 여행지다.

 지난해 4월 16일 전까지만 해도 울릉도 방문자는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1년 35만1370명, 2012년 37만5177명, 2013년 41만5180명으로, 여행업계에서는
울릉도 관광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마저 나왔다. 울릉도 전성시대가 예고되던 바로 그 시점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전국의 섬 여행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울릉도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3월 울릉도 방문자는 2013년 같은 기간보다 1047명이 많았다.
그러나 4월 이후 울릉도 방문자는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울릉도 방문자 수는 26만7010명에 그쳤다. 2013년보다 36%나 줄어든 수치였다.
 
올해는 그나마 충격에서 헤어난 모습이다.
올해 울릉도 방문자는 지난달까지 11만4372명이다.
특히 5월 한 달에만 6만7010명이 방문했다.
최고점을 찍은 2013년 7만8814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5월 3만6276명보다는 75%나 증가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울릉도 관광이 이내 정상을 회복할 것으로 국내 여행업계는 분석한다.

 세월호 사건과 무관하게 울릉도 관광은 최근 몇 년 사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말하자면 패키지 여행 중심의 단체관광에서 개별 자유여행(FIT)로 이동하는 도중이다.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 곳이 울릉도 렌터카 시장이다.
 2012년만 해도 울릉도 전체에서 렌터카 업체는 4개가 전부였다.
섬에 등록된 렌터카도 54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6월 현재 울릉도 렌터카 업체는 8개를 헤아리고, 등록 렌터카 대수는 131대나 된다.
불과 3년 사이 울릉도 렌터카 시장은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울릉도 현지 여행사 ‘울릉도여행’의 이성범(48) 팀장은 “지난 한 달 울릉도 렌터카 영업 실적은 2000대 정도”라며 “
1대 평균 4명으로 계산하면 8000명이므로, 지난달 울릉도 방문자의 약 12%가 개별 여행자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렌터카 여행이 정착된 게 불과 2000년 전후다.
제주도 여행도 15년 전에는 패키지 여행사의 단체관광과 택시관광이 주를 이뤘다.
개별 자유여행이 활성화한다는 것은, 여행 명소가 다양해진다는 뜻이다.
제주도가 꼭 그랬다. 울릉도를 여행하는 새로운 방법을 소개한다.

렌터카 타고 울릉도 곳곳 헤집기

렌터카 자유여행은 울릉도의 신(新) 여행문화다.
 아직 보편적인 여행법은 아니다.
울릉도에서는 여전히 여행사 단체 버스 투어나 택시를 하루 대절하는 여행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또렷한 흐름은 읽힌다.
더 자유롭게 그리고 더 다양하게 울릉도를 여행하고 싶은 여행자의 바람이 지속되는 한,
울릉도 렌터카 여행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단체 버스를 타고 스치듯 지나가기에는 울릉도 곳곳의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너무도 많아서이다.

뭍 사람이 섬으로 떠나는 건 자유를 갈망해서다.
한데 막상 섬에서는 마음내키는 대로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동이 불편해 발이 묶인다. 울릉도도 마찬가지다.

울릉도에서 차를 빌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신 운전하기가 만만찮다는 게 문제였다.
울릉도는 경사가 최대 30도에 이르는 산악지형이어서 비탈길이 많다. 도로도 거칠다.
겨울철 울릉도에서는 스노체인이 필수인데, 아스팔트는 스노체인에 쉽게 부서진다.
해서 울릉도의 모든 차도는 시멘트가 덮여 있다.
그나마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길은 해안도로다.
경사가 완만하고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릴 수 있다.
울릉도 해안 일주도로는 아직 완공 전이다.
도동항을 출발점으로 시계방향으로 사동∼천부를 지나 섬목선착장까지만 연결돼 있고,
시계 반대방향으로는 저동을 거쳐 내수전까지 이어져 있다. 섬목에서 저동까지 4.4㎞ 구간은 아직 길이 없다.

렌터카를 빌려 울릉도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기기묘묘한 바위가 나타나면 차를 세웠다.
전망대가 나타나도 차에서 내려 옥색 바다를 바라봤다.
눈을 두는 곳마다 비경이었다. 마음대로 여정을 정할 수 있어 조급함이 없었다.

나리분지로 들어가기 전에는 살짝 긴장됐다.
천부리 해안에서 비탈길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야 했다. 송곳봉•형제봉 등 봉우리 사이로 평탄한 땅이 드러났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986m) 원시림 입구까지 들어갔다.
성인봉 원시림은 섬피나무•섬단풍 등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나무가 자라는 숲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어도 사람의 출입이 자유로웠다.
숲 입구에서부터 약수를 쏟아내는 신령수까지 2.5㎞ 정도 숲길 트레킹을 즐겼다.

관광버스 투어는 천부항에서 도동항으로 되돌아가지만 렌터카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리분지에서 빠져나와 북쪽으로 내달렸다. 일몰을 보고 싶어 석포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자동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곳이었다. 송곳봉과 북면 해안도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태양이 점점 수평선에 가까워지더니 바다 속으로 잠겼다. 많을 때는 한해 40만 명이 넘는 여행자가 찾아드는 울릉도지만,
이 절경을 과연 몇이나 봤을까 싶었다.

이튿날에는 울릉도 산골짜기 마을도 둘러봤다.
도로가 경사진 곳이 많아 이번에는 관광버스 투어를 택했다.
도동항에서 남양리까지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가는 마을투어(C코스)였다.
 윗통구미•아랫통구미 등 산 속 마을의 비탈은 죄 산나물 밭으로 개간돼 있었다.
2002년 찻길이 뚫리기 전까지 남서리와 남양리 주민이 걸어다녔다는 고갯길을 올라갔다.
고갯마루에 남서일몰전망대가 설치돼 있었다.
자식을 염원하는 이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었다는 남근석과 바위에 부딪혀 사라지는 파도가 투명한 난간 너머로 비쳤다.

오후에는 다시 렌터카를 빌려 사동으로 갔다.
울릉도에는 변변한 해수욕장이 없다.
그래서 울릉도 바다는 노는 바다가 아니라 보는 바다였다.
그런 울릉도에 투명카누 체험시설이 들어섰다. 방수복으로 갈아입고 카누에 올랐다.
수심 10m의 바다 속이 또렷하게 보였다. 운이 좋으면 문어나 성게도 즉석에서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투명카누도 렌터카처럼 대여할 수 있다. 렌터카에 카누를 싣고 울릉도 바다 곳곳을 누비는 상상을 했다.
 
6월 울릉도는 먹거리 천국
울릉도 패키지 상품의 경우 식당이나 음식이 미리 정해져 있다.
 패키지 여행에서는 먹고 싶은 걸 아무 때나 먹기 힘들다.
렌터카 자유여행은 울릉도 맛 여행의 기본 전제다. 마침 6월 울릉도는 가장 풍요로운 때다.
 4∼5월 두 달 이어진 금어기가 풀린 바다에서 오징어가 올라오고, 땅에는 지천으로 산나물이 널린다.

6월은 울릉도 산나물을 먹기 가장 좋은 시기다.
 더덕을 끝으로 봄나물 수확이 끝나기 때문이다.
6월이 돼야 울릉도 산나물 전부를 한 상에 담을 수 있다. 울릉도 나물의 대표 선수는 역시 명이나물 절임이다.
초봄 눈을 뚫고 고개를 내민 명이를 먹고 명(命)을 이었다 하여 울릉도에서는 명이라고 한다.
원래 이름은 산마늘이다. 울릉도에서는 10년쯤 전부터 명이를 재배하고 있다. 명이는 여전히 울릉도 주민의 고소득원이다.
명이 수확철에는 한 달에 3000만원 버는 것이 일도 아니었다. 지금은 뭍에서도 명이를 재배하고 중국산도 많아져 예전만 못하단다.
 
시방 울릉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나물은 삼나물과 부지갱이다.
삼나물의 정식 명칭은 눈개승마인데, 울릉도에서는 인삼•버섯•고기 세 가지 맛이 난다 하여 삼나물이라 부른다.
부지갱이(정식 이름은 ‘섬쑥부쟁이’)는 2004년 울릉도로 이주한 가수 이장희씨가 맛있다고 극찬해 유명해졌다.

울릉도에는 바다에서 건진 해산물이 항상 넘친다.
울릉도 하면 오징어다. 마침 금어기가 풀려 식당 수조마다 오징어가 팔딱거렸다.
곤이•심장•간 등 오징어의 내장을 넣고 끓인 오징어내장탕은 빨간 양념 없이도 시원하고 얼큰한 맛을 냈다. 

오징어 살을 얇게 썰어 넣고 상추•당근•양파를 곁들인 오징어물회도 별미다.
사과•배 등 과일 즙과 고추장을 섞어 만든 양념을 얹어준다.
차진 오징어 살이 십을수록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냈다.
재료가 싱싱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맛이었다.

저동항 바로 앞에 있는
저동활어 판매장은 울릉도 현지인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관광객이 많은 도동을 피해 이리로 와서 회포를 푼다.
섬 주민과 섞여 바닷바람을 맞으며 닭새우와 참문어숙회를 맛봤다.
독도 주변에서 잡는 닭새우는 머리에 닭볏처럼 가시가 돋아 있다.
살아 있는 새우의 목을 떼고 껍데기를 벗겨내 하얀 속살을 먹었다. 해산물 특유의 비린 맛도 전혀 없었다.
1㎏ 16만원. 참문어숙회는 문어가 질기다는 편견을 한 방에 날려줬다.
보들보들한 육질이 적당히 쫀득거렸다. 참문어 1㎏ 3만원 선.

울릉도에서는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도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따개비로 육수를 내고 감자•양파•호박을 넣고 끓인 따개비칼국수와, 따개비 육수로 물을 맞추고 참기름•진간장을 넣고 지은 따개비밥은 요리법을 배워가고 싶을 정도였다. 

약초를 먹고 자란다는 울릉 약소도 빼놓을 수 없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다는 울릉 약소를 맛봤다.
핏기가 가실 정도만 살짝 구워 명이나물 절임에 싸서 입에 넣었다. 약간 질긴 듯했는데 십을수록 풍미가 더해졌다.
 생갈빗살(150g) 2만5000원.


●여행정보=강원도 강릉항에서 울릉도 저동항은 178㎞ 떨어져 있다.
강원도 강릉항, 동해 묵호항, 경북 포항항 등 동해안의 세 항구에서 울릉도 여객선이 뜬다.
어느 항구에서 출발하든 울릉도까지 3시간은 족히 걸린다.
포항항에서는 대저해운과 태성해운이 배를 띄운다.
포항∼울릉 노선 대저해운 6만4500원, 태성해운 6만8500원.
묵호항과 강릉항에서는 씨스포빌이 운항한다.
묵호∼울릉 5만5500원, 강릉∼울릉 5만4000원(강릉 출발) 5만5500원(울릉 출발). 일반석 어른 편도 기준.

울릉도 렌터카 요금은 주말•주중 차이가 크다.
렌트카  준중형차 기준 1일 월∼목요일 5만원. 금∼일요일 9만원.
택시대절 관광의 1일(8시간 기준) 이용요금은 15만∼20만원이다.

울릉도 일일투어 상품과 체험거리는 다음과 같다.
버스 투어 A코스(도동∼나리분지) 2만원,
B코스(도동∼내수전) 1만6500원,
C코스(마을투어) 1만5000원.
독도 유람선 투어 5만1000원.
투명카누 1시간 1인 2만5000원.

울릉도 패키지 상품은 어느 여행사를 선택하든 큰 차이가 없다.
왕복 선박요금, 숙박, 섬 일주 버스관광, 식사 등을 포함해 2박3일 1인 기준 20만∼40만원.
숙소와 음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강릉과 묵호에서 출발하는 왕복 선박요금, 숙박, 렌터카 요금이 포함됐다.
 1박2일 17만9000원부터, 2박3일 1인 21만6000원부터. 4인 1실 기준 1인 가격이다.